110V meets 220V so 最惡 ~ 머피의 법칙 ~

최악의 시작을 알리면서...
저는 지금 위의 사진에 보이는 노트북으로 접속중입니다.
어디 외출했냐구요? 아닙니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나쁜 일들은 겹쳐서 일어난다는 법칙입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저에게 닥친 그 법칙에 이야기 입니다.

어디부터 이야기 해야하는 걸까요.
일단 오늘은 날씨가 안 좋고, 쌀쌀했습니다.
근래 이어진 무리에 지친 몸뚱이에 한기가 들었습니다.
작년, 그리고 한달전 기브스를 했던 오른쪽 발목이 아파왔습니다.

이것이 이 사소한 법칙의 사소한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법칙들 하나...파일은 어디로?
버둥버둥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프던 다리는 여전히 고통을 호소해 오고, 기력은 깍여만 갑니다.

운동은 못 가겠습니다, ...여기에서 끝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오늘 따라 컴이 유난히 버벅거리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했던 오버클럭 상태로 돌려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드디스크 안에 있어야할 그 당시 세팅에 대한 파일들이 없습니다.

애매모호한 기억을 따라서 오버클럭을 해야하게 됬습니다.

이어지는 법칙들 둘...조심성은 어디로?
일단 기억속 예전 세팅으로 램의 오버클럭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에서 끝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김에 좀더 욕심을 부려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망설이다 건드리지 않았던 항목을 건드립니다.

컴퓨터가 경고음을 울리면서 부팅조차 안 되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법칙들 셋...침착함은 어디로?
메인보드의 전지를 뽑아 세팅을 리셋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된걸까?, ...란 생각을 하면서 작업에 들어갑니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것은 주정뱅이의 개소리입니다.
이 정체불명의 주정뱅이를 상대로 소리를 지르며 작업을 합니다.

급해진 손끝으로 겨우겨우 전지를 뽑습니다.

이어지는 법칙들 넷...도대체 어디로?
몇번인가 전원을 눌러가며 메인보드의 리셋을 시도합니다.
컴퓨터를 완전히 조립하기 전에 확인을 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몇번째인지 모를 주정뱅이의 전화를 받습니다.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놓고 여분의 전원을 꺼내듭니다.
가까운데 있는 콘센트에 꽂고 컴퓨터 본체에 연결을...

펑!

이어지는 법칙들 다섯...원망은 어디로?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연기가 솟구칩니다.
순간적으로 섬광도 터져 나온 것 같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머릿속도 혼란스럽습니다.

일본에서 조립, 사용하다 온 이리야냥은 110V
한국에서 제공되는 전기의 표준규격은 220V

110V => 220V 겸용이 되는 파워였던 만큼 더 억울합니다.
원망을 부딪히려고 기다리는 주정뱅이의 전화가 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어지는 법칙들 여섯...희망은 어디로?
한동안 멍하니 폭발한 파워를 쳐다 보다 희망을 떠올립니다.
언젠가 파워 안에는 과전류를 대비한 퓨즈가 들어간다고 들었습니다.
극성스런 오디오쟁이들은 컴의 음질향상을 위해 손수 퓨즈를 교체한답니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가슴에 떨리는 손으로 드라이버를 잡습니다.
하나 하나 풀리는 나사들과, 한껏 한껏 뛰어오르는 가슴속 심박수.
드디어 마지막 나사가 풀리고 모습을 드러낸 그곳엔 타버린 기판만 보입니다.

희망은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남은 것은 확실치 않은 후회뿐입니다.
무엇을 후회하는지 조차 확실치 않은 막연한 후회들...

그리고 법칙을 접으면서...
멍하니 있다가, 노트북을 집어들었습니다.
왜일까요? 그냥 밖으로 끄집어내야...란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형태로 끄집어 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뿐해지는군요 ^-^);;
오늘을 잘 마무리 하고 남은 컴부품들이 멀쩡하길 빌면서 자야겠습니다.
죽어버린 파워를 보내는 애뜻한 마음과 새파워에의 기대를 담아 내일입니다! // by 요시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