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습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오갑니다.
결국은 견디지 못하고 베란다에 나갔습니다.

베란다에서 내다보는 바깥풍경은 처음입니다.
이사를 온지 두달이 지났는데...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칩니다.
발밑으로 보이는 풍경을 담자는 생각에 카메라를 잡지만 곧 내려놓습니다.
그런 제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함.

방으로 돌아와 시계를 봅니다.
천겁만년같이 느껴졌던 잠자리속 고뇌의 시간들이 고작 20여분이었음을 압니다.
왜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을까, 답답한 마음을 나눌길이 없어 음악을 듣기 위해 컴을 켭니다.

지금 제곁에는 아끼던 오디오가 없습니다.
컴을 켜면서 돌이킨 현실에 조금은 우울해 졌습니다.
컴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제가 아끼고, 경애하는 목소리이나,
컴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저와 함께하고, 울어주던 목소리가 아닙니다.

답답한 마음에 지난 사진들을 뒤적입니다.
산재한 고민거리들 만큼이나 쌓여있는 사진들 속에서 찾는 것은 즐거운 기억.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들여다 보는건 역시나 뉴질랜드에서 찍어온 여행사진들 입니다.
뜨겁지만, 느긋하게 전신을 담가오던 그 나라의 공기가 저는 그리운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저를 둘러싼 현실은 오직 필요성에 의해 존재할 뿐입니다.

졸업을 위해 가야하는 학교.
단위를 위해 듣는 수업.
편리를 위한 인간관계.
할일을 위한 시간.

그외에 제가 좋아하고, 즐기고 싶은 것들은 조금씩 뒤로 밀려갑니다.
대의명분을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변명을 위해 조금씩 필요한 것들을 우선시 합니다.

최근에는 잠이 참 많이 옵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고민을 합니다.
뭔지 모를 고민을 그렇게나 하는가 봅니다.
이리저리 고민에 시달리던 머리는 어느샌가 기능을 멈춥니다.

그러면 저는 잠이 듭니다.
오늘밤은 잠마저 오질 않내요.
보여드리고 싶은 사진이 아니라 보고 싶은 사진들을 붙여 봤습니다.

다들 고민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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