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무렵, 어머니와 조금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말을 거쳐 흐지부지 도착해버린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다툼의 요지는 “부모, 그리고 자식간의 기대치” 였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하면서 제 이야기를 했었던거 같습니다.

그에 관해서,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들까지 주섬주섬 끌어 모읍니다.
그리고 일단 저 자신의 정리를 위해서 한자, 두자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끄적이고 있는 저는 26살 입니다.
독립도 못하고 부모님께 빌붙어 사는 “자식”입니다.
지금부터 적으려는 것들은 “자식”된 저의 입장일 뿐일 수 있습니다.
읽기 전에 혹여나 착오하시는 일이 없도록 미리 밝혀두겠습니다. m(__)m


전 이렇게 자라났습니다.
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습니다.
부모님은 참 훌륭한, 그리고 유능한 분들이셨고, 지금도 그러하십니다.
무엇보다 저와 제 동생, 두 자식에게 아낌이 없으신 그런 부모님이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부모님 아래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났습니다.
지닌바 자질은 평범했으나, 부족하진 않았기에 대학도 그럭저럭 잘 들어갔습니다.
저는 대학을 일본으로 진학했습니다. 당연히 일본으로 가야 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나의 기대치를 알다.
그렇게 저는 일본으로 진학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일본어를 할 줄 모르십니다.
저는 일본에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모님들께 기대하고 있던 것들이 보였습니다.”

참 부끄럽지만, 전 혼자 모르는 식당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참 부끄럽지만, 전 혼자 은행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참 부끄럽지만, 전 혼자 잠자리를 구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많은 “혼자”들이 제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제 눈앞에 놓여진 수많은 “혼자”들은 제가 당연히 “부모님”께 기대했던 것들이었습니다.

전 언제나 부모님을 알고 있는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고 인사를 했습니다.
전 언제나 부모님을 통해 은행에 돈을 넣었고, 관리했습니다.
전 언제나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렇게 많이 기대했었고, 또 받았었습니다.

숨쉬는 것 이상으로 “당연”했기에 의식하지 못 했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치를 알다.
대학에 들어가 한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이 친구의 집은 조금 특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친구의 졸업과 동시에 “합의이혼”이 예고되어 있는 가정.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서 재수를 했던 친구가 저에게 이런말을 했습니다.

“난 내가 원해서 재수를 하긴 했는데, 원래는 집에선 취직이나 하라고 했었어.”
“아마 난 이 대학에 못 들어왔으면, 지금쯤 취직이나 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을껄?”

이 친구는 부모님과 함께 살며 식사비와 수돗세, 전깃세등을 내고 있었습니다.
3식구가 함께 살면서 나오는 생활비를 평등하게 3등분하는 부모와 자식관계.
그리고 그런것들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돈을 벌면서 노는 친구.

저는 부모님께서 보내주시는 생활비를 받고 있었습니다.
저는 단 한번도 부모님께 생활비를 낼 것을 요구당한지 않았습니다.
저는 단 한번도 “대학진학” 이외의 선택을 제시받지도,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항상 부모님이 주시는 것을 “당연히” 받으며 “당연히” 좋은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대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 조금 길죠?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하겠습니다. m(_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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